전조증상

창작시/자유시 2017. 8. 21. 03:08
얼마나 또 한바탕 휩쓸어 때리려는지,
낙뢰의 번쩍임은 훤히도 불꺼진 이 방을 채우는데
그 뇌성은 또 들리지가 않아 이상하다 했더랬다.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날개축이 맞물리는 소리 가운데
작은 부품알이 뛰놀듯 얇게 진동이 이는 선풍기를
잠시 끄고 누운 자리에서 귀를 기울여 들어본다.

여전히 들리지 않기에 어둠에 젖어드는 무거운 몸 한 켠으로 굴려
기어코 확인하기 위해 창 손잡이를 재껴 열었더니
빗소리는 없고
저 먼 산 구름이 아직은 천둥소리 들리지 않는다고 웅크려 노곤히 자는 새벽녘.

땅을 때리는 두 소리가
이 두 겹의 유리마저 뚫고 나의 졸음을 놀래키기 전에
등을 돌리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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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자유시 2017. 7. 12. 01:02
꽃머리에 앉아라.
지지 않을 아름다움으로 남도록.
지더라도 잊혀지지 않을 향을 남기도록.

꽃머리에 앉아라.
하늘을 박차고 날으는 날갯짓을 위해.
너의 사명은 그것의 생을 잇는 도움닫기에 지나지 않는다.

연약한 살결이 해어지도록.
고개를 박고 얼굴을 묻어 마음껏 취하기 위해.
꽃머리에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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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자유시 2017. 7. 10. 14:15
장마라는 시기에
나는 예고치 않은 우기에 맞서려
너라는 이름의 비바람 속으로 투명한 싸구려 우산을 펼치고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때론 채 방비하지 못하고서
이슬비로 끝나지 않을 너의 심술을 가늠하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수고로움도 감수하곤 했다.

나는 오로지 그 우산 정가운데로 머리맡을 파묻고
섰다가 나아갔다가를 반복하다
오롯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내려앉는
너의 울음길을 보며 걸어가곤 하는 것이었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건너편의 빨간 인영이
초록 옷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땅을 볼 찰나의 순간도 없이
막 하나를 두고 눈싸움하는 시간.

비난과 질투와 원망과 과오를 쏟아내는
너의 주장을 받아내며 또 몸을 내밀었다.

기한없는 일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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