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825

기록/꿈일기 2017. 9. 17. 12:52
이겼다고 생각하고, 그만하면 되었다 위로했다. 그랬는데, 네가 승전보를 잡아 째면 안되지. 그렇게 거칠게 나를 흔들면 안되지.

"있잖아. 나 알았어."

게임을 시작한 것도 나, 룰을 상정한 것도 나. 참여자는 둘. 시작된 것을 인지한 것은 나 하나. 어쩌면 너도 알아차린 거구나.

끝까지 모르길 바라고 시작하는 게임이다. 죽어야만 끝날, 혹은 명부가 사라져야만 좋을 것이었다. 시작부터가 그랬다.

홀로 도취한 고양감은 심장과 함께 너와 나의 마주 놓인 발가락 사이로 끌어 던져졌다. 끌어내려진 것의 무게는 박자로 치환되어 생전 잘 듣지 못했던 엇박과 휘몰이로 장단을 친다. 등줄기를 타고 올라 관자에서 박을 때린다.

기대하면서도 기대한다 절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한 환상이 눈 앞으로 지나갈 때, 잡지 못하는 것에 그저 한스러울 뿐이었다.

언제나 바라봐도 눈짓으로 닿기 위한 그 몸짓은 미약했을 텐데, 나는 그 몸짓을 감쌌던 연극 무대의 막을 내리고서야 비로소 네 눈 속에 내가 있는 순간을 가졌다.

긍정도 부정도 만들어내기엔 너무 찰나의 시간에 내 머릿속은, 아니 너로 가득찬 방은 무너져내린 서류철들과 비집고 나온 각종 것들을 주워담느라 바쁘다.

나를 감싸 받쳐준 팔과 지지대처럼 어둠을 뚫고 걸었던 품과 반쪽짜리 얼굴만이 아니라, 다부진 손가락의 악력과 눈가에 내려앉는 입술의 온기와 온전한 정면과 그 속 내가 담긴 눈의 접힌 주름까지 내 것으로 담아도 좋을까. 어때, 좋을까.

너도 좋을까.

너를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좋을까.

어떤 땅 위로 빛나오는 여명만이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이라는 것을 안 순간에야, 내가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인정했다. 황홀한 패배였다.

-이것이 전쟁이라면, 이 비루한 인간인 나 하나만을 오롯이 전리품으로 취하라 청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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