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태주 시 - 풀꽃, 풀꽃2, 풀꽃 3, 내가 너를.
마음대로 다시 읽는/시
2017. 7. 23. 23:06
이 캘리그라피 사진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2012년 봄 서울 광화문 한 건물에 걸렸던 플래카드 이미지다. 기사 참조
그 이후 이 그림이 사용되어 제작된 카톡 테마도 봤었다. 간결하고 정갈해서 사용했던 기억도 난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
나태주 시인의 시는 간결하면서도 하고싶은 말을 다 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 말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만, 그 짧은 몇 마디로 이미 충분히 완성된 것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짧아서 잘 외워지는 것이라고만 말하기에는 머릿속에 잘 박히는 감성이 자리잡고 있고, 또 내게는 가슴 속에 피어나는 문장이 되었다.
이 시 이후로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를 찾아보기까지 했으니 어찌 한 손에 꼽는 그들 중 한 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굳이 찾아보지 않았더라도 지나치며 읽은 글귀에 그 이름 석자가 걸려있으면 원문을 찾아보려 마음 먹곤 했다.
물론 저 유명한 시가 풀꽃 1 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은 후의 일이다. 풀꽃 2, 풀꽃 3도 시선집에 실려있다.
그 나태주 시선집 - 풀꽃 은 이 링크로.
'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나태주, 풀꽃2
'
'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나태주, 풀꽃 3
'
물론 나는 위 3편 중에서는 원래 알던 풀꽃이 가장 좋다. 직접 만년필을 꺼내 손캘리를 할만큼.
여전히 너무 시원해보이는 필체. 만년필이 너무 무거운 탓을 한 번 해야지.
또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 내가 너를.
손 캘리그라피 버전과
직접 찍은 사진에 텍스트 입힌 한 장. 한동안 폰 잠금화면이었다.
'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너는 몰라도 된다.
너를 좋아하는 마음은
오로지 나의 것이요,
나의 그리움은
나 혼자만의 것으로도
차고 넘치니까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나태주, 내가 너를
'
시의 마지막 구절,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는 그 부분이 너무도 공감이 되어 한동안 먹먹해서.
이별 후에 너가 없는 상황일까, 혹은 너를 좋아한다 말하기도 전에 너와 멀어진 상황일까, 혹은 영영 간 너 때문에 너 없이도 여전히 좋아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좋은 시는 또 다음번에 나태주 시 2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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