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 멀리서 빈다 -필사(캘리그라피)

마음대로 다시 읽는/시 2017. 10. 29. 23:27

가을 전에 써놓은 시. 나태주 시인의 멀리서 빈다.
가을마저 가버리기 전에.

'
어딘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문장만으로도 좋지만, 앞선 두 부분을 짧게 읽어볼까.

너는 꽃처럼 웃고, 눈부신 아침이 된다.
나는 풀잎처럼 숨쉬고, 고요한 저녁이 온다.

너는 밝게 빛나면서 살아다오. 나는 어여삐 관심받을, 꽃, 너를 향해 더 뒤에서 조용히 숨쉬며 아침이 오게 준비하겠다.

네가 모르는 곳, 어딘가, 네 얼굴이 빛날 곳보다 더 낮은 아래에 땅에 가까이. 풀잎으로 자리매김하여 저녁으로 잠들겠다.

이런 얘기이지 않을까?
날이 추우니 짧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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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떨려ㅜ

기록/일기 2017. 10. 21. 02:36
최애님이 팔로에 맞춰 응해주심ㄲㅋ
그냥 지나가셔도 되셨을 것을...
하. 의례였다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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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어

기록/일기 2017. 10. 12. 01:46
두 세시쯤 커피를 살까하고 들린 편의점에 점주분이 김밥류 쪽을 채워넣고 계셨다.
이때 나는 이미 커피는 카페에서 사마실까, 저녁값이 덜어지는 셈이군 하고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는 다른 손님이 와서 결제하니 잠시 그 등이 치워졌고 나는 빠르게 눈으로 훑어 원하던 품목이 있는지 확인했다. 없기에 다시 커피쪽이나 과자쪽을 둘러봤다. 빵이나 샌드위치 파는 쪽이 다른 쪽이라 그거라도 살까 싶어 보다가 다시 김밥쪽을 봤다.
그랬더니 그 사이에 원하는 품목을 채워놓으신 것이 아닌가!!
가볍게 커피와 샌드위치 생각을 털어내고는 그 김밥을 달랑 집어 계산대에 섰다.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었지만,음량이 1정도라 방해는 적었다. 그저 결제를 위해 멤버십을 내밀고 체크카드를 내미는 것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들었을 뿐이다.

"-네요."

이어폰 한 쪽을 빼고 되물었다.

그거요, 잘 없거든요.

하루에 두 번 김밥이 들어오는데 한 번에 두 개씩만 들어온다는 말이었다.

맛있어서요, 먹어봤어요.
운이 좋았네요.
진짜 그렇네요.

가볍게 웃고 조금 크게 외치며 돌아섰다.

수고하세요!

운이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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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시 캘리그라피(필사)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달

마음대로 다시 읽는/시 2017. 10. 5. 00:23

사진은 캔디필름미니로 찍은 캘리그라피 사진.
241p는 김용택 시인의 꼭 한 번 필사하고 싶은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중.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따뜻함이 느껴지는 시를 많이 보여줘 마음이 좋아지는 시인이다. 좋아하는 시인을 손 꼽으면 내 개인 랭크에 굉장히 순위권.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세상에,
라는 부분만으로 시 안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내 부끄러우면서도 설레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두 번의 전화를 받았다.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지만, 굉장히 호의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일테고. 그 또한 내게 꽤나 호의적이다. 혹은 그 이상.
어쩌면 나와 당신은 같은 감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사이일 것이다.
이미 그리움, 연정들을 가진 상대라는 것을 제 입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설레고 그리운 근사하다는 앞선 전화는 좀 더 먼 곳에서 걸려왔다. 달이 떴다는 인사다. 그럼에도 설령 그대가 지금 보는 달이, 여기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더라도 내 마음엔 환한 달이 떴으니 상관없다.
그저 간절한 그리움만큼 크고, 사무치는 연정만큼 환하니.
산 아래 그대 있는 곳의 달과 산 위의 내 마음 속 달은 같은 것이지.

세상에,를 연발하는 전화는 강변에 달빛이 곱다는 말을 전해온다. 좀 더 가까워진 마음, 어쩌면 가까워진 그대가 산 위로 오르는 중턱의 강변가에 와 내게 전화를 걸었을지도. 의식하지 않던 물 흘러가며 치대는 소리, 가슴이 트이는 소리가 귓가에 진짜 들리지 않았더라도 마음 속 달빛을 받아 빠르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는 '문득' 알아차릴 뿐이다.

달이 떠야 강변을 거닐러 나와 달빛이 곱게 부서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첫 번보다 좋은 두 번째는 그대와 내가 가까워졌다는 전화벨 소리.
울리는 것은 신호기일까, 둘의 마음일까.

'
어젯밤
나는
네 얼굴을 보려고

달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
-김용택, 달

달과 관련된 김용택 시인의 또 다른 시.
처음 캘리로 접했을 때엔 더 다른 내용이 있는 줄 알고 정말 문자 그대로 탈탈 '뒤졌는데' 끝이었다.

달빛 아래라면, 잠든 얼굴에 닿을 수 있을테니.
달 속으로 기어들어가야지.

혹은 내가 달 속으로 들어가 밤을 덮고, 눈을 감아 널 그리면, 네 얼굴을 볼 수 있을테니까.

구름 속에 가리지 않은 한가위 달은 여기 없으나, 그 곳 달빛 곱다는 연락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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