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글쓰기 씀 어플 - 종이책 리뷰(후기)

기록/일기 2017. 8. 23. 21:54
지난 글 (좌클릭시 이동, http://thirstykiddy.tistory.com/45) 을 보면 신나서 쓴 일기가 있다.

어플인 인터넷 공간에서 생각한 글들로 채워 발행한 모음집을 종이책으로 만질 수 있다니. 얼마나 마음 졸이며 선착순에 들려고 했던가.

필명은 가리고.
(필명이 궁금한 분은 씀 어플에서 저 제목의 모음집을 찾아주세용)
손보다 조금 큰 사이즈로 인쇄되어 책으로 묶여왔다. 발행해준 내 손이 작은 편이니, 보통 성인 여성의 손크기가 딱 책 크기와 비교하기 좋을 것 같다.
글 30편과 여는 글과 닫는 글, 그리고 인쇄를 해준 '씀'측에서 주식회사 텐비(10B)라고 적어 제작과 지은이를 표시한 페이지까지. 페이지수 40 정도. 매수로는 20매라 얇다.
이 책에 포함된 저작물의 권리는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라고 해주어서 참 기분이 좋다. 한 권 뿐이지만, 내 책을 낸 것 같기도 하고.
선착순 20명에 들어 시범적인 이벤트로 책을 받은 입장이라 뭐 딱히 태클 걸 필요는 없지만, 그리고 이 글을 검색해볼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하나 피드백은 해보고 싶다.
어플에서 중앙정렬로 써서 저장했던 글 몇 개가 있었는데, 그냥 획일적으로 모두 좌정렬되어 인쇄되었다. 다른 유저들의 글 중에는 중앙정렬이 아니면 시각적인 미가 깨지는 때가 있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분들은 많이 아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중앙정렬된 내 글 몇 개 중에서도 한 작품만은 중앙정렬을 노려서 썼던 게 있는데, 세심한 사람에게 보여주면 찾겠지 싶어 그냥 입맛 한 번 다시고 말기로 했다.
나중에 여러 부 뽑을 수 있게하는 기능까지도 추가되려나.
되게 기대된다. 곧 종이책 인쇄 탭이 생긴다 했으니 뭐. 유료라고 해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조건 하에 뽑아보고 싶어질 것 같다. 이 정도 퀄이면 타협하겠다 싶어서.
주변에 똑같은 책으로 한 부씩 선물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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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단편집 타인에게 말걸기 中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오늘의 노트5를 사용한 캘리그라피를 같이 첨부.
직접 찍은 사진을 갤러리에서 골라내서 슥슥.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책 소개로 이동합니다.)

소설가 은희경의 작품을 가장 처음 접했던 책이다. 타인에게 말걸기. 당시 과제가 이 중단편집 속 한 작품이어서, 그 작품만 두 번 세 번씩 정독하고 속독하고 발췌독까지 했었다. 그녀의 세 번째 남자. 그 세 번째가 정확히 누구를 가르키는지 해석의 방향을 잡는데 고민했었다.
그렇게 접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조금의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으로도 충분하다. 의무심으로 대해야하는 책이 생기는 경험이 있는 사람은 조금 망설일 때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포주의?)

'겨울밤의 정적 속으로
매해 참아오던 폭설처럼
당신을 덮겠다.'

막 시작해서 아직 이렇다 할 커다란 진척이 없는 연인관계 . 선술집이었는지 포장마차였는지 술을 마시러 간 상황. 남자는 여자에게 오늘 밤!을 말하고 싶어 저렇게 적은 쪽지를 그녀의 잔으로 괴어 마음을 전하려한다. 얼마나 시적이랴. 참아오던 마음의 절절한 토로는 정적을 깨고 알아달라 외친다.
세상이 눈에 덮였을까. 눈이 세상을 덮었을까.
두 문장이 같아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 앞선 상황은 이미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한 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후자는 눈이 아직 한참 내리고 있는 동적인 이미지가 부각된다. 하물며 폭설처럼 덮겠다고 했다.
물론 이 서정적인 메모는 그녀의 실수로 맥주잔에서 쏟아진 물기 탓에 번져버리고 만다. 불길하게 보이겠지만  번지는 것쯤은 문제될 것 없었다. 다만 문장 속 단어 하나가 가진 이중적 성격이 이미 그들의 말로를 예언해버리고 만다.
폭설의 이미지는 온세상을 새하얗게 만들고 눈의 절정으로 이루어진 광경을 자아낼 수 있다. 하지만 폭설로 내린 눈의 양이 녹는 것은 순간이고, 그 눈이 녹아 질척해진   진창은 흙탕물처럼 불편함만 자아내 치워야할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제목처럼 특별한 연인이나 위대한 연인은 흔치 않다. 더욱이 특별하고도 위대하기까지한 연인은 더 힘들 것이다. 이야기 속 연인이 되었던 남녀가 특별하고 위대할까? 아니라는 답에 한 표 던지고 싶다. 그들도 그저 평범한 연인관계를 맺었던 남녀일 뿐이다.

그럼에도 로맨틱하게 보이거나, 번지는 것으로 안타깝게 만들거나 하는 메모 속의 저 문구가 너무 좋아 사진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을 했다.
내 마음에 저런 문장 하나 둘씩 새겨지는 건 그럴 때 더 쉬워지는 듯 하다.

'마음대로 다시 읽는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0) 2017.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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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le petit prince


그러나 어린 왕자는 대답이 없었다.

아주 오래 전의 노을 사진을 보며. 어린왕자가 생각났다. 곧바로 집에 있는 책을 펼쳐들어 자신만의 조그만 별에서는 의자를 조금씩 옮겨 그 석양을 계속 봤다는 구절 아래 '나'와 어린 왕자의 대화.

어린 아이의 눈으로 보는 동화 혹은 소설의 재미와
어른이 된 눈으로 행간에 걸쳐있을 현실마저 읽어내며 생각하게 만드는 글의 재미가 또 사뭇 달라서 좋은 책.

어른을 위한 동화에 가깝지 않을까. 이 책에서 어린왕자가 B612 소행성에 살고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메르헨이며, 타 행성의 주인들은 물론이고 말하는 장미와 여우까지도 직접 접해볼 수 있는 인간 군상 속의 표집들이기 때문이다.

짧은 단락 속에서도 대답이 없는 어린 왕자의 모습이 퍽이나 누군가를 닮아 오래간만에 다시 읽어야되겠다고 또 결심하고 책장에서 책을 빼내어 놓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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