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로

창작시/자유시 2017. 7. 10. 14:15
장마라는 시기에
나는 예고치 않은 우기에 맞서려
너라는 이름의 비바람 속으로 투명한 싸구려 우산을 펼치고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알고 있으면서도
때론 채 방비하지 못하고서
이슬비로 끝나지 않을 너의 심술을 가늠하다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수고로움도 감수하곤 했다.

나는 오로지 그 우산 정가운데로 머리맡을 파묻고
섰다가 나아갔다가를 반복하다
오롯이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내려앉는
너의 울음길을 보며 걸어가곤 하는 것이었다.

길을 걷다 마주하는 건너편의 빨간 인영이
초록 옷을 입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땅을 볼 찰나의 순간도 없이
막 하나를 두고 눈싸움하는 시간.

비난과 질투와 원망과 과오를 쏟아내는
너의 주장을 받아내며 또 몸을 내밀었다.

기한없는 일의 반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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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주제시 2017. 6. 29. 23:04

타닥


딱딱딱딱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그것은
어둠 속 고요에서 부유하는 숨에
또 한 숨을 더한다.

유리라는 장애에 가로막혀
그 습한 기운은 밖에서 꾸물거리고
다만 닿으면 소스라치게 놀랄 냉기만 안으로 밀려들어온다.

해와의 내기에서 진 바람은
이것마저 실패할 리 없다는 듯
작은 방울 하나 하나와 함께 슬픔의 장막을 벗기려 한다.

아직 굳은 살 박히지 않은 가슴 속 한 덩이의
결 하나 하나를 헤집고 의지의 농도를 흐려버리는 찰나에
마중물이 된 것처럼 저 밑에, 혹은 속에서 역류해
또 하나의 유리에 물기가 어른거린다.

그치고 나면 부연 물때가 남을 것을 알지만
자연스레 흐려지는 창, 그리고

다시
잠기는
어둠속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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