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난 일기 - 어플 씀 관련.

기록/일기 2017. 7. 22. 23:20
나는 글을 쓰는 취미가 있다.
시를 쓰는 것이 다반사고, 느리지만 장편소설을 적기도, 불태운 단편소설을 적기도 하며, 가끔 뱉아내듯 경수필과 에세이 그 어디쯤의 날 것의 생각을 쏟아내기도 한다.
의무감이 필요하다고 잠깐 느꼈다가, 영감을 건드리는 일은 무얼로 채워야하나 하는 차에 '일상적 글쓰기 : 씀' 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작년 11월 말쯤 시작해서 이제껏 꽤 많이 적었다.

인스타에도 한 때 추천했던 적이 있었다. 그날 주제어가 꿈이라서. 잠의 꿈일지 이루고 싶은 목표의 꿈일지는 내 자의적 해석에 맡겼는 데다가, 난 두 가지 중 어느 쪽으로든 말할 거리가 많은 사람이라 더욱 그랬다.

그리고 어제, 평소 하루 두번 7시 4분마다 울리는 알림이 아닌 어중간한 오후 시간인 세시 언저리. 정각보다 조금 빨랐던가. 데이터를 켜니 이미 몇 분 전에 시작된 이벤트가 내게 조급증을 도지게 했었다.

종이책을 만들어준다니! 개인공간이면서도 공개를 해서 남들이 자신의 글을 볼 수 있는 하나의 블로그 형태의 어플이었는데, 책으로 인쇄되어 나온다니 굉장히 두근두근했다. 게다가 정식으로 앱에 기능이 추가된다고 해서 일순간 1인출판이나 독립출판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선착순 20명. 안 될거라 생각했지만 이미 모음에 서른 편 가까이 발행해놓았던 상태라, 호흡을 가다듬고 집중해서 모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글 몇 편을 더 추가했다.

수령지까지 입력이 끝나고 얼마 후 다시 신청 버튼을 누르니  마감 문구가 뜨길래 제대로 되었다 싶어 안심.

공저자랄까 단체의 일원으로서 발행한 작은 잡지형식의 문집은 여러 권 인쇄해서 받아봤지만, 내 이름만을 건 종이책이라니. 가슴이 뛴다. 비록 저 어플에서만 사용하는 필명으로 적혀 나온다 하더라도 나 혼자만의 독립 개인출판 느낌이 나서 싱숭생숭 설레는 떨림.

어서 왔으면.

씀 인스타 와 그것보다 더 업뎃이 빠른 씀 페북계정 (링크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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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단편집 타인에게 말걸기 中 특별하고도 위대한 연인

오늘의 노트5를 사용한 캘리그라피를 같이 첨부.
직접 찍은 사진을 갤러리에서 골라내서 슥슥.

은희경, 타인에게 말걸기 (책 소개로 이동합니다.)

소설가 은희경의 작품을 가장 처음 접했던 책이다. 타인에게 말걸기. 당시 과제가 이 중단편집 속 한 작품이어서, 그 작품만 두 번 세 번씩 정독하고 속독하고 발췌독까지 했었다. 그녀의 세 번째 남자. 그 세 번째가 정확히 누구를 가르키는지 해석의 방향을 잡는데 고민했었다.
그렇게 접했던 책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조금의 용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으로도 충분하다. 의무심으로 대해야하는 책이 생기는 경험이 있는 사람은 조금 망설일 때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포주의?)

'겨울밤의 정적 속으로
매해 참아오던 폭설처럼
당신을 덮겠다.'

막 시작해서 아직 이렇다 할 커다란 진척이 없는 연인관계 . 선술집이었는지 포장마차였는지 술을 마시러 간 상황. 남자는 여자에게 오늘 밤!을 말하고 싶어 저렇게 적은 쪽지를 그녀의 잔으로 괴어 마음을 전하려한다. 얼마나 시적이랴. 참아오던 마음의 절절한 토로는 정적을 깨고 알아달라 외친다.
세상이 눈에 덮였을까. 눈이 세상을 덮었을까.
두 문장이 같아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 앞선 상황은 이미 내린 눈으로 세상이 하얗게 변한 정적인 이미지가 부각되고, 후자는 눈이 아직 한참 내리고 있는 동적인 이미지가 부각된다. 하물며 폭설처럼 덮겠다고 했다.
물론 이 서정적인 메모는 그녀의 실수로 맥주잔에서 쏟아진 물기 탓에 번져버리고 만다. 불길하게 보이겠지만  번지는 것쯤은 문제될 것 없었다. 다만 문장 속 단어 하나가 가진 이중적 성격이 이미 그들의 말로를 예언해버리고 만다.
폭설의 이미지는 온세상을 새하얗게 만들고 눈의 절정으로 이루어진 광경을 자아낼 수 있다. 하지만 폭설로 내린 눈의 양이 녹는 것은 순간이고, 그 눈이 녹아 질척해진   진창은 흙탕물처럼 불편함만 자아내 치워야할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제목처럼 특별한 연인이나 위대한 연인은 흔치 않다. 더욱이 특별하고도 위대하기까지한 연인은 더 힘들 것이다. 이야기 속 연인이 되었던 남녀가 특별하고 위대할까? 아니라는 답에 한 표 던지고 싶다. 그들도 그저 평범한 연인관계를 맺었던 남녀일 뿐이다.

그럼에도 로맨틱하게 보이거나, 번지는 것으로 안타깝게 만들거나 하는 메모 속의 저 문구가 너무 좋아 사진에 글씨를 새기는 작업을 했다.
내 마음에 저런 문장 하나 둘씩 새겨지는 건 그럴 때 더 쉬워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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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굽이 - 여덟 고개

창작시/주제시 2017. 7. 13. 00:16



끝까지,
항상,
그는 절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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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굽이 - 일곱 고개

창작시/주제시 2017. 7. 13. 00:15


가끔 누군가는 그를 가졌다고 말한다.
그를 정복하여 함락시킬 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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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굽이 - 여섯 고개

창작시/주제시 2017. 7. 13. 00:13


그럼에도 모두는 그를 알며
그를 자신의 권속으로 부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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